206 | 공동생활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신심업입니다. 신심업은 거룩한 활동으로서 곧 미사, 성사, 묵상과 복음 봉독 등입니다. 전에도 여러 번 말했고 지금도 또 말하는데, 신심은 우리 삶에서 첫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다른 모든 의무는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그리고 당신을 따르던 모든 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백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Centuplum accipietis et vitam aeternam possidebitis.”1 하느님의 이러한 약속은 지금도 실현됩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도해야 한다는 조건이 채워져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에 대한 아무런 의무가 없으시지만 당신 약속에 충실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우리 약속에 충실해야 하겠습니까!
1. 기도란 무엇인가?
기도는 유배 중에 있는 영혼의 부르짖음입니다. 우리의 전부이신 하느님, 비참한 피조물을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어지심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탄의 표현이요, 죄인의 신음이요, 애원하는 불쌍한 이의 목소리요, 207│구원을 요청하는 조난자, 아버지께 돌아가야 할 궁지에 몰린 이들의 간청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영혼의 모든 힘을 모아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하느님을 흠숭하고, 감사드리고, 보속하고, 화해하기 위해 지성을 들어 올립니다. 곧 기도는 하느님께 지성을
들어 올리는 것인데, 이러한 기도는 마음의 기도라고 합니다. 또 염경기도가 있습니다. 이 기도는 지성과 마음, 그리고 몸에서 나오는 소리, 곧 말로써 드리는 기도입니다. 행렬을 지어 노래를 부를 때, 아침과 저녁에 공동으로 일상의 기도를 바칠 때 염경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 다음 성사적 기도가 있는데, 이는 성사를 받음으로써 성립되는 “사효성ex opere operato”,2 곧 성사를 받음으로써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마음의 기도와 염경기도는 “인효성ex opere operantis”, 곧 성사 집전자나 신자의 자세에 따라 기도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므로 세례성사를 받는 어린이는 성사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이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사는 집전자의 은총 상태와 상관없이 미사 그 자체에 가치가 있으므로 참례자가 최상의 준비를 갖출 의무는 없습니다. 성체는 축성의 말로써 축성되고, 십자가의 희생제사가 갱신되어, 연옥영혼은 그 효과를 누립니다.
또 다른 종류의 기도가 있는데, 이는 삶의 기도로서 영원한 삶을 위한 은총을 얻는 데 목적을 둔 선행으로 이루어집니다. 208│성녀가 되기를 원하는 자매는 청원기 동안 양심성찰, 성체방문, 묵상, 침묵과 서원을 준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수련기 동안 한층 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가장 효과적인 삶의 기도에 도달하게 됩니다.
자주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에 특별한 지향을 두도록 합시다. 평상시의 지향만 아니라 청빈, 정결, 순명을 잘 준수하기 위한 지향입니다. 특히 혀와 자기애를 절제하고, 프로파간다 등의 사도직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거룩한 인내심을 얻기 위해, 연옥영혼의 구원을 위해,
뜨거운 태양 아래 먼 길을 걷는 것을 기꺼이 행합시다. 삶의 기도를 통해 자신이 바라는 모든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공부하고, 일하고, 희생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효과적인 기도를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성사를 동반하는 준성사적 기도가 있습니다. 전례기도 열 가지 중 여덟 가지가 이런 기도에 속하는데, 주교의 축복기도와 교황의 축복기도, 또 예식과 성사 집전 때 드리는 기도들입니다.
수도자들은 성사와 준성사를 많이 활용하고 있으므로 기도의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신자들보다 더 많이 마음의 기도, 염경기도, 삶의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여러분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수도회의 청원기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 전부터 이런 것들을 이미 알고 있기에 209│여러분에게 “기도해라,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해다오.”라고 당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대한 이러한 확신은 그들이 죽음의 침상에서도 편안하게 있도록 해줍니다. 여러분이 당신들의 영혼을 위해 대리기도를 해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받기 위해 작은 봉헌을 합니다.”라고 쓴 어음증서를 자주 받습니다. 그들은 왜 그토록 큰 희망을 갖습니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자와 기도는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도자들에게 기도는 가장 중요한 직무요, 영혼의 호흡이어야 합니다. 예수님, 오직 예수님만이 수도자들의 사랑, 수도자들의 노고의 목적, 수도자들의 희망의 도착점입니다. 때때로 세상은 맛있는 과일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여러분은 예수님이 아닌 다른 것에서는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수도자는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의무보다 더 엄격한 의무를 지닙니다. 수도자는 단순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완덕, 가장 드높은 완덕에 이르러야 할 의무 (특히 서원을 지킬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도자209
가 ‘나는 일반 신자들보다 더 많이 기도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모든 사람보다 하느님의 도우심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기도합니다.’라고 덧붙여야 합니다. 주님은 이 점에 있어서도 여러분을 비추어주시고, 마귀의 모든 공격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하게 지낸다는 확신이 여러분 안에 형성되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기 바랍니다. 마귀는 어느 곳이든 들어갈 뿐 아니라, 수도원 담장 안에는 더욱 쉽게 들어가고, 하느님께 봉헌한 영혼을 유혹에 빠뜨리는 일에 성공했을 때 큰 축제를 벌입니다! 천상 스승님과 아주 가까이 살던 사도들 중 유다를 유혹했고, 성 베드로를 유혹했는데,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210│기도 안에서 은총을 길어내고, 오직 기도 안에서만 은총을 길어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2.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수도자의 기도는 그가 속한 수도회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정신에 따라, 자신을 길 진리 생명이라고 선포하신 예수님을 흠숭해야 합니다.3 이 방법을 따르는 것이 가능합니까? 여러분의 성소가 참되다면 가능합니다. 이 방법은 가장 큰 공덕의 원천으로, 여러분의 기도가 주님께 더욱 소중하게 합니다. 여러 신심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어떤 사람은 여러분에게 이런 저런 충고를 할 것이고,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충고를 할 것입니다.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외부인들의 충고는 여러분을 위한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병자 방문은 아주 좋은 활동이지만, 여러분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특히 한두 번 위로하기 위한 방문이 아니라, 긴 동반자가 되어주
는 것일 때는 더더욱 여러분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성바오로딸들은 간호사들이 아니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긴 대화를 나누는 수녀가 아닙니다. 특별한 필요를 위해 여러분에게 요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여러분은 그런 기회를 피하십시오.
규칙서에 들어 있지 않은 신심실천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방문수녀회의 수녀들은 열성이 넘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원장을 통해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에게 그 해의 사순절 동안 고행을 증가시켜 달라고 다음과 같이 청원하였습니다. “작년 사순절에는 3일 단식을 했습니다만, 211│금년에는 6일 단식을 허락해주십시오.” 그러자 성인은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내년에는 일주일이 아니라, 10일 단식을 하도록 허락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성인은 이런 기발한 대답으로 단식을 많이 하는 것이 하느님께 큰 영광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충실하고 엄격한 규칙준수가 더 큰 영광을 드리는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3. 가장 아름다운 기도는 어떤 것인가?
예수님과 성모님이 하신 기도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우리의 전례기도, 묵주기도만으로는 결코 충족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묵주알은 둥글어 끝없이 돌아갑니다만, …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는 우리에게 늘 하실 말씀이 있으시고, 우리에게 늘 풍성한 은총을 주고 싶어하시므로 필요한 사람은 그분께 달려가면 됩니다. 성바오로딸들이여, 기도하고 또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잠심을 유지하십시오. 오직 잠심과 기도를 통해서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감을 보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덕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합니까?”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211
갑시다. 우리의 이러한 행동은 얼마나 가치롭습니까! 성당에서 잠심하기 위해 30분을 머물렀다면, 멍하니 한 시간을 보낸 것보다 더 좋은 것입니다.
정해진 기도시간을 결코 줄이지 마십시오. 혹시 기도가 끝날 무렵 바로 그때 주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212│우리가 기도를 짧게 줄일 때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주실 은총을 줄이신다는 것을 아십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느님께 드립시다! 우리는 늘 너무 적게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항구한 약속을 신뢰합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4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5
1 마태 19,29.
2 성사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전통적 양식.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스도 안에서.”(역주-사효성ex opere operato은 성사 집전자의 개인 성덕과 관계없이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인 성사 그 자체로 은총이 전해지는 반면, 인효성ex opere operantis은 성사 집전자나 수령자 본인의 성덕이나 의향에 따라 성사의 은총이 영향을 받는다.)
3 요한 14,6 참조.
4 마태 7,7.
5 요한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