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은 수도생활에서 이중의 의미, 곧 결핍과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1. 소극적인 청빈
우리는 물질적인 재산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조건에 있어야 하지만, 우리 자신을 위해서는 언제나 덜 아름답고, 덜 편안하고, 덜 사치스러운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거룩한 전례와 성소자들을 위해서는 많은 경비가 들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관대한 마음과 준비된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수도복을 소중히 여기는 청빈의 또 다른 측면은 우리에게 좀 비싸더라도 질긴 옷감을 사도록 권고합니다. 96│다음과 같은 속담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더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이 결국 돈을 적게 쓰는 것이다.”
우리는 전례에 관련된 것과 건축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해되는 우리의 청빈에 대해 천상 스승은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특히 공생활에서 보여주신 모범을 귀감으로 주십니다.
그분이 긴 여행길에 지쳐 사마리아의 우물가에 앉아 계실 때, 제자들이 그분께서 시장하시리라 생각하여 음식을 권하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1 물론 후에 음식을 드셨습니다. 그러나 당신께 몰려온 많은 군중을 가르치실 때 그들이 허기졌다는 것을 아시고는 주저 없이 빵을 많게 하시는
큰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사도들이 남은 빵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찰 정도였습니다.2 천상 스승께서는 당신을 위해서는 늘 희생을 앞세우시지만, 이웃에게는 풍성하게 베푸십니다. 우리 아버지 성 바오로도 수도자의 청빈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3 곧 풍족할 때는 남용하지 말아야 하고, 부족할 때는 불평이 없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을 화려한 식사에 초대했습니까? 평소와 같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며 편안하게 식사하십시오. 거칠거나 부족한 음식을 앞에 놓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가난하셨던 예수님을 닮을 수 있으니 기뻐하십시오.
이 주제에 관해 중국의 사랑스러운 아들들(선교사들)4이 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성 바오로의 말씀을 기억해야 할 일이 자주 생깁니다! 여기서 우리는 나무판대기로 지은 아주 좁은 집에 살고 있고, 주변의 다른 집들도 97│짚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런 집 안에서 돼지 새끼들도 함께 살고 있고, 생쥐들까지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벌레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한 달에 300리라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잘 보십시오. 모든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수녀들은 때때로 비싼 선물을 받는 일이 생깁니다. 성당을 위해서,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선물은 받으십시오. 그러나 적합하지 않다면 받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의복이나 물건 사용, 행동에 있어 품위를 지녀야 합니다. 곧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걷는 방식, 말하는 방식 등에 가식이나 허영이 스며들지 않도록 늘 품위를 지녀야 합니다. 잦은 외출을 해야 할 때 수녀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의 젊은이들처럼 경
박한 행동은 안 됩니다.
어느 도시에선가 길을 가고 있는 우리 앞에서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들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주 젊은 그들은 쉽게 눈에 띠었습니다. 그러므로 조심성 없는 행동은 세상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여러분은 길을 걸을 때조차 주의해야 합니다.
프로파간다를 할 때 여러분의 사도직과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마십시오. 피곤하여 걸음을 떼어놓기조차 힘들 때는 더욱 주의하십시오.
트리엔트 공의회는 신학생들에게 대단히 엄격한 규율을 주었습니다. “그대가 관리하는 것, 그대의 말, 그대의 웃음도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계속적인 경계입니다. 신학생들에게 이러한 처신이 필요한 것처럼, 교회를 수호하는 군대라고 할 수녀들에게도 엄격한 규율이 필요합니다. 파시스트 행동대원들과 이탈리아의 작은 여인들Piccole Italiane5 이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는 행동을 취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십니까? 얼마나 긴 행군 연습, 얼마나 긴 훈련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98 | 그들은 교회의 군대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여러분은 교회법에 따라 서원을 하고 서원을 사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사는 것인지를 세상에 보여줘야 합니다. 그에 어울리는 품위와 단순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것은 여러분에게 희생을 요구하지만, 기꺼이 행하십시오. 필요한 것입니다.
훈련하는 동안 서원에서, 학교에서, 어디에서든 지녀야 하는 올바른 태도를 익히십시오.
2. 적극적인 청빈
적극적인 청빈은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생산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저 희생을 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양심성찰의 근본이 되는 네 가지는 정신, 면학, 사도직, 청빈입니다. 특히 청빈은 수도회가 생계뿐 아니라 진보와 성소자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도직은 여러분의 제대입니다. 그 제대 위에서 여러분은 영혼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면서 또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제들은 그들의 직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곧 말씀의 교역자들로서, 말씀을 통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여러분도 그들과 같습니다. 여러분의 수도회는 아직 유아기 상태이고, 여러분의 사도직도 그런 단계에 있지만, 여러분의 미래는 실행해야 할 방대한 선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처지는 제노바에서 팔레르모,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바다에 비하면 한 방울의 물처럼 아주 미미합니다.
작년 겨울에 독일의 유명한 서적상의 대표 회플리Hoepli6가 사망했습니다.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여러분도 들었을 것입니다. 99│이탈리아에도 가끔 방문했던 그는, 처음에는 아주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유일한 자산인 7000종의 편람집(역주-회플리가 1875년에 시작한 매뉴얼, 핸드북이라는 명칭의 시리즈)을 출판하면서 차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편람집을 여러 언어로 번역·출판함으로써 사회에도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일을 해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가능했던 것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6
라고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사도직이 그런 것이라면,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그러한 일은 실행 이전에 먼저 오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는 지금까지 보급을 위해 새롭게 개설한 우리의 분원에 버금가는 값진 것이 될 것입니다.
많은 경비가 지출됐지만 그보다 적게 지출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많은 새로운 전략으로 기여한 이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것을 지켜보시고, 모든 것을 보상해 주시는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거액이 들긴 했지만, 여러분이 머물 둥지가 없었다면 여러분은 어디서 사도직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여러분의 사도직은 병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는 간호 수녀들의 사도직과 아주 다릅니다. 여러분은 무엇보다도 우선 인쇄기를 구입하고, 건물을 마련하며, 성소자들과 학생들을 양성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해외) 어느 곳에 가든지 사제들이 앞서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직 정신, 지성, 특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필요한 수단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사도직에서, 여러분에게 제시되는 사업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여러분은 온순하게 걸어가야 합니다. 여러분이 한 몸을 이룰 때 모든 지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며 해야 할 것을 하게 되지만, 지체들이 서로 반목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100 | 인내를 가지고 항구하게 사도직에 협력해 나갑시다.
3. 자선
자선은 수도회의 모든 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는 부유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 큰 공덕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선가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선익은 자신의 재화를 자선으로 내어놓음으로써 그 사람은 영원한 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수련자들에게 강의를 했고, 수련자들은 「주어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Date e vi sarà dato」7라는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그 책을 읽는다면 지금 듣고 있는 내용을 더 깊이게 되고, 이미 쌓은 공덕에 더 많은 공덕을 보태게 될 것입니다.
협력자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잘 대해야 합니다. 1) 그들을 비추어줄 수 있는 책을 제공해야 합니다. 2) 기도를 통해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3) 우리의 청빈한 삶으로 그들도 많은 은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선 외에도 2천대 미사회Opera delle duemila Messe8를 통해 수도회를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조심스럽게 행하도록 하십시오. 사람들은 지속적인 미사회Messe perpetue와 그레고리안 회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영수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모든 면에서 지혜롭게 행동하십시오. 늘 이러한 선행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후대로 넘기거나 중단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식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자선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가난한 어머니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101 | 여러분은 성바오로수도회와의 관계, 특히 지불 문제에 대해서는 프리마 마에스트라의 지시를 따르십시오. 이미 시작했고 또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시작해야 할 여러 가지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더 폭넓게 발전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병자들, 가난한 성소자들, 그리고 여러 분원의 필요를 보아야 하고,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기 위해 건립중인 성전9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감실을 위해, 복음을 위해, 예수님을 위해서는 너무 적습니다.
저의 강의 외에 프리마 마에스트라의 말씀을 잘 들으십시오. 저는 여러분의 성소가 매우 아름다운 것이며, 여러분이 이 성소에 잘 응답할 때 주님께서 이 성소를 개발하고 열매를 맺는 수단을 풍성하게 주실 것이라는 큰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원의 제안을 따르고, 일치하는 마음으로 아주 작은 희사라도 실천하십시오. 여러분의 애덕은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10고 하신 주님의 말씀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할 때 주님은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여러분의 성소를 굳세게 지켜주실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에게 어느 날은 유치원을 운영해달라는 부탁이 오고, 어느 날은 교리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또 장례준비를 해달라는 부탁을 해올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일이 아름답고 좋은 것이지만, 여러분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할 때 여러분의 사도직을 위한 시간은 사라지고, 여러분의 성소도 끝나고 말 것입니다.
102 |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도직을 받아들일 때 각자는 고유한 직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는 의료행위가 본업이므로, 시를 쓰기 위해 앉아 있겠다고 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는 변호사의 일을 해야 합니다. 성바오로딸은 출판에 매진해야 합니다만, 이 일에 있어서도 중용을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인에게 작은 명함을 인쇄해 주는 일
에 대해서는 왜 기쁘지 않습니까? 그러한 일은 부차적인 것이지만 열심히 해야 할 일입니다.
기도하고 일하십시오. 해야 할 일을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온 세상을 위한 충분한 숫자가 될 때, 다른 일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선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이상하거나 굴욕스럽게 보여질리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모든 활동은 선한 이들의 애덕으로 살아납니다. 그 병원 입구에 적힌 글을 기억합시다. “이 집은 가난한 이들과 부자들의 공덕을 위해 열려 있습니다.” 곧 모든 이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공덕을 쌓게 하려는 것입니다. |
1 요한 4,32.
2 마태 14,20 참조.
3 필리 4,12.
4 1934년 11월에 SSP의 주세페 피오 베르티노(Giuseppe Pio Bertino) 신부와 에밀리오 엠마누엘레 파씨노(Emilio Emanuale Fassino) 신부는 상하이로 떠났다.
5 무솔리니 시대에, 파시스트에 가입한 소녀들에게 주어진 명칭이다. 이 소녀들을 발릴라(Balilla)라고 불렀다.
6 Ulrico Hoepli(1847-1935)는 스위스의 출판업자로서 밀라노에 출판사 지점을 개설했다.
7 Date e vi sarà dato, Pia Società San Paolo, Alba (Roma, Messina) 1934(1932-1933년의 SSP 수련자들).
8 1922년에 성바오로수도회에 설립된 지속적 미사회는, 매년 성바오로수도회 사제들이 모든 바오로인 협력자와 회원으로 가입한 살아있는 이들과 죽은 이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 미사회(Opera: 단체)는 알베리오네 신부가 바오로 가족의 사도직을 도와주는 모든 이에 대한 감사의 표지로 설립한 회이다.
9 1936년 10월 25일에 축성하게 된 알바 보르고 피아베(Borgo Piave)의 스승 예수 성당(Chiesa al Divin Maestro)을 말함.
10 마태 4,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