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마르케Marche의 특별한 수호자, 다시 말해 안코나Ancona 교구와 그 주변 교구들의 주보인 성 실베스트로 아빠스1 축일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성 실베스트로 아빠스는 여러 교황이 이 이름을 사용했지만, 그는 교황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신심생활과 공부, 특히 신학공부에 강한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18세에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는데,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의 친척이 죽어 당시 풍습에 따라 그 시신을 성당 지하에 안장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그는 친척의 무덤으로 가, 관을 열어 이미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 앞에서 오랫동안 관상하던 중 “그대도 지금의 나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나도 언젠가는 당신처럼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지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헛됨을 느껴 실베스트로는 진지한 결심을 했고, 그때부터 고독 속에 칩거하며 고행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이런 삶을 살던 그는 실베스트로 연합Silvestrini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덕을 쌓으면서 사말四末에 대한 지속적인 묵상, 곧 이 삶의 끝과 세상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특히 죽음과 천국에 대한 묵상으로 유명했습니다.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S. Maria Egiziaca2도 그가 겪은 그 많은 어려움울
어떻게 견디어냈느냐고 물었을 때 “천국에 대한 생각으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공동생활이 요구하는 덕들, 곧 고행, 순명, 애덕의 실천을 천국을 생각하면서 매일 살 수 있습니다. 천국은 우리의 으뜸가는 생각이어야 하고, 우리가 언제나 겨냥해야 하는 목표입니다. 천국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우리에게 속한 선으로, 결코 우리에게서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기에 유일한 선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끝날 것입니다. 사람이 지상 재물을 슬기롭게 관리하여 재산을 축적하겠지만, 언젠가는 곧바로 포기하고 떠나야 할 날이 올 것입니다. 부, 건강, 친구들, 누리던 쾌락도 모두 포기하고 떠나야 할 것들입니다. 죽음의 순간에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었던 것들도 단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직 하늘나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헛된 것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계절도 사라지고, 젊음도 사라지고, 예쁜 색깔도 사라지고, 세월과 인생도 사라집니다. 그 대신 천국은 영원한 아름다움, 영원한 봄, 영원한 젊음의 고향입니다. 천국은 지속되고, 우리는 언제나 천국을 누릴 수 있습니다. 천국은 확실하고 유일한 선입니다. 천국은 누구나 진정으로 원하고, 온전하게 소유하고 싶어 하는 진정한 선입니다.
이 세상에서 누리는 건강, 지식, 행복은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천국만이 확실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러 하늘로 오르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Vado parare vobis locum.”3
그러므로 천상 예루살렘만을 향해 우리의 눈길을 둡시다. 모든 성인의 자리 가운데에 있는 우리의 자리를 관상합시다. 수호천사는 그 자리를 가리키며 “이 자리가 바로 당신을 위한 자리다!”라고 일러줍니
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십시오. 몇 년 더 살고 나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우리가 받을 유산입니다. 형제들은 지상에서 유산을 나눌 때 서로 질투를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네가 받은 것이 내 것보다 더 큰 것 같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모든 영혼은 하느님을 온전히 소유할 것이고, 또 영원히 소유할 것이며, 수십억 년이 지나더라도 천국은 변함없이 성인들의 것으로 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 모세, 욥, 사도들, 그리스도교 시대의 초기 순교자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보십시오, 우리는 이미 우리에게 약속된 행복의 4분의 1, 10분의 1, 100분의 1을 누리지 않았습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늘 변함없는 천국에 있는 것입니다. 천국은 결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는 행복의 시작이 없고, 우리에게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고통은 짧고, 상급은 영원합니다. 결핍과 난관은 시간의 한계가 있지만, 주님을 소유함은 영원합니다. 고행은 짧지만, 기쁨은 영원합니다. 지상에서 한 줌의 고통은 영원에서 대양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천국에 있습니다! 오, 천국,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의 고향, 성조들의 고향, 예언자들의 고향, 고해사제들, 동정녀들, 순교자들의 고향! 오, 천국, 우리 하느님이 계신 곳! 그 누가 당신을 소유하려는 열망으로 불타지 않겠습니까? 그 누가 당신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견디려는 용기를 갖지 않겠습니까? 성 필립보 네리4는 교황특사에게서 추기경 모자를 받았을 때 “천국, 천국!”이라고 외치며 모자를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과연 천국을 생각합니까? 천국이 여러분 마음의 열망, 유일한 염원이어야 합니다. 오직 천국입니다. 자주 천국을 잊었던 것에 대해 주님께 용서를 청합시다. “오, 불타는 사랑의 예수님O
Gesù, d’ amore acceso …”
오늘 아침에 천국을 더 많이 생각하고, 열망하고, 천국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하겠다는 약속을 합시다.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천국을 위해 일하도록 노력합시다. 조금씩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더 많이, 더 자주 천국을 생각합시다!
순교자 성 이냐시오5는 80세가 되었을 때에 형장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를 위해 준비한 기둥 가까이의 화형틀 앞에 당도하자 지팡이를 장작더미 위로 던지며 말했습니다. “나의 발아, 힘을 내어라, 목표에 도달했으니 용기를 내어라! 더 빨리 걸어라, 천국이 가까이 있으니 어서 걸어가라!”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천국을 생각합시다. 천국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합시다. 그 어떤 대가도 결코 충분치 않습니다!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가 그의 형제에게 한 말은 정말 옳았습니다. “이 지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라.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는 충분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여러분도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행복해하십시오. 수도생활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행복해하십시오. 이 희생의 삶은 일상적이고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는 순교지만, 여러분은 하늘나라에서 매우 특별하고 위대한 화관을 얻게 됩니다!
* 여덟 장의 묶음 안에 등사본으로 된 본문. 두 장(22.5x35)은 강의 “10.병자성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저자와 시기는 “1935년 11월 26일. 프리모 시뇨르 마에스트로”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1 실베스트로(Silvestro Guzzolini, 1177-1267).
2 이집트의 마리아(Maria Egiziaca)는 5세기의 인물이다. 고행의 삶을 통해 회심한 그는 여생을 요르단 건너편 사막의 암자에서 은수자로 살았다.
3 요한 14,2 참조.
4 Filippo Neri(1515-1595)는 로마의 사도로서, 오라토리오 수도회를 창설했다.
5 Ignazio는 안티오키아의 주교로서, 107년에 로마에서 순교했다. 그는 영원한 도시를 향해 가는 동안 여러 교회에 보내는 일곱 통의 편지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