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1 그 의미는 우리가 어떤 영적 선을 위해 모일 때 예수님께서 당신의 빛, 당신의 은총, 당신의 축복을 통해 그곳에 오신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시기에 바치는 기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많은 은총이 필요한데, 이 은총을 청하기 위해서는 대피정 때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복된 기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입니다!
죄, 관능의 죄를 몰아내야 합니다. 184│그렇습니다. 주님이 수도회를 더욱더 기뻐하시도록 해드려야 합니다. 예수님이 수도회 안에 계시지만, 우리가 범한 죄의 상처 때문에 멀어지시지 않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방금 거룩한 성체를 받아 모신 한 영혼에게서 내몰리시는 일도 있는데, 우리 가운데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도회는 한층 더 정화되어야 합니다. 장미, 백합, 바이올렛 향기로 가득 찬 화단처럼 가꾸어진 수도원에 예수님께서 기꺼이 계셔주셔야 합니다.
그분의 지극히 거룩한 성심의 무한한 자비를 신뢰합시다. 그리고 제일 먼저 수도회의 지향을 마음에 품고, 그 다음 우리의 특별 지향을 두고 기도합시다.
우리는 본당 세례대에서 유아세례를 받을 때 “여러분은 하느님의 교회에서 무엇을 청합니까Quid petis ab Ecclesia Dei?”라는 질문을 받고, 대
모를 통해 “신앙Fidem”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2 그런 여러분이 지금은 “저는 거룩한 수도복을 청하고, 그리고 사도직, 곧 출판 사도직을 실행하기 위해 세 가지 서원으로 하느님께 저 자신을 봉헌하기를 원합니다.”라는 응답을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사도직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1. 사도직이란 무엇인가?
작은 자들인 우리가 사도직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주님께서 많은 빛을 비추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을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사도직은 출판을 통해 하느님 말씀을 보급합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 전야 저녁 미사의 복음은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실 때, 군중 가운데 한 여인이 스승의 거룩한 말씀에 탄복하며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Beatus venter qui te portavit; beata ubera quae suxisti.”3 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Quinimmo beati qui audiunt verbum Dei et custodiunt illud.”4고 이르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중요한 가르침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나의 어머니가 행복하시다면 그것은 나를 낳으셨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셨기 때문이라는 뜻입 니다.
2. 사도직의 필요성
성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Fides ex auditi, auditus autem per verbum Christ.”5 신앙은 구원을 가져다 주지만, 구원받는 사람들은 영원한 진리, 죄의 심각성, 교회의 신성, 수도자 신분의 신성함을 믿어야 합니다. 자, 이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해야 할 필요성입니다! 성 바오로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Multifariam multisque modis olim Deus loquens patribus in prophetis, novissime diebus istis locutus est nobis in Filio.”6 186│이 거룩한 성경 본문에서 하느님 말씀, 특히 복음 말씀을 모든 사람에게 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을 더 분명히 보게 됩니다.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방대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는 5억1천만 평방킬로미터 중에 3억6천1백만 평방킬로미터가 물로 뒤덮여 있고, 1억4천9백 평방킬로미터가 육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육지는 지구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데, 그 땅에 다양한 인종의 27억5천만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 가운데 누가 구원에 이릅니까? 원죄로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십자가라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하늘나라로 향하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수효가 얼마나 됩니까? 아주 소수로, 겨우 3억5천만 명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거짓 스승의 뒤를 좇아 파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아시아에만 10억 이상의 사람이 살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는 겨우 천만 명에 불과합니다. 얼마나 불균형한 일입니까! 문명의 발전에 절정을 이루고 있는 유럽은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현존하심에도 가톨릭 신자가 겨우 17퍼센트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인 러시아도 거의 무신론자들입니다. 영국은 개신교 신자들이 득세하고, 독일, 스위스, 덴마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소위 가톨릭 국가라고 하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신자가 확신을 가지고 실천적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왜 그토록 많은 범죄가 일어납니까? 수도자들,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열성적인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습니까?
187 | 그럼에도 예수님은 20세기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 세상 곳곳에서 밤낮으로 거행되는 미사성제를 통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제사를 반복하고 계십니다!
신비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일부 사도들이 잠을 잤다는 것도 확실한 사실입니다. 사도들이 누구입니까? 구세주 시대에 살던 사도들만 말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연이어 뒤를 잇고 있는 사도들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사도들이 모두 성인이 되었다면, 세상은 예수님의 사랑을 좀 더 잘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사람에게 교리와 복음을 전하는 방편으로 기도 모임이나 활동 단체에 가입해 있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복음과 교리를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영혼들이 하느님의 심판대 앞에 설 때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영혼들이 단죄 받는 것은 사도들의 게으름이나 두려움보다는 그들 자신의 잘못 때문입니다.
착한 도둑이 죽음의 순간에 뉘우침을 고백하자 예수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그를 안심시키셨습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7 이 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줍니까? 믿을 때 무한한 하느님의 자비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가 강조하던 내용을 다시 이야기해봅시다. 하느님 말씀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quomodo praedicabunt nisit vero mittantur?”8 잘 보십시오, 여러분이 서원문을 낭독함으로써 여러분은 바로 제대 앞에서 파견 받은 것이고, 출판 사도직에 봉헌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게 “저는 보급[방문선교]을 할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는 저는 글을 쓸 좋은 자질을 갖추지 못했습니다.”라고 188 │말할 수 있습니까? 실행하시는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여러분은 그분의 손 안에 있는 온순한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믿을 때 여러분은 용기를 가지고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3. 여러분의 사도직
성바오로수도회는 출판을 통해 강의하는 사제적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곁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 종속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성바오로수도회에서 위임된 여러분의 사도직은 경건한 여인들이 서간을 전달하고,9 서간을 필사하는 일 등으로 사도에게 협력한 것과 같은 것입니다. 성 바오로가 여인들이 교회에서 침묵해야 한다고 말씀
한 것도,10 성전 밖에서 이제 막 시작한 그들의 활동을 칭찬하고,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며 감사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11 그들과 똑같은 활동을 펼친 여러분에게도 다음의 말씀이 주어질 것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Beati pedes evangelizantium pacem, evangelizantium bonum!”12 그러므로 마음을 다해 “우리를 선택하시고 파견하신 하느님께 영광,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노래하십시오.
여러분은 또 “사도직은 어렵습니다.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직 양성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옳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은 좋은 일을 했고 또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이 대피정 동안 보상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피정 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분은 여러분의 신분에 따른 의무를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189 │그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여러분의 보물로 만드십시오. 여러분이 자신을 굳건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실 자체가 여러분이 쉽게 넘어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줍니다. 두려워하는 사람,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진흙탕을 헤매는 추한 일이 아니라, 세상을 다니면서 공덕을 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십시오. 세상이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주셨던 충고를 따르십시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고을을 떠날 때에 너희 발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13 신발에서 먼지를 털어버리고 옷에 묻은 먼지까지
털어버리며 영혼을 다시 새롭게 할 때, 한순간 인내심을 잃게 했던 어려움은 곱절의 공덕을 쌓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원합니까? 이 지상에 있는 동안 우리는 완전할 수 없습니다. …
성바오로딸들은 야망, 거룩한 야망을 지녀야 합니다. 굶주렸던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을 느끼셨던 예수님처럼,14 성바오로딸들도 무지와 오류 속에 있는 많은 영혼을 볼 때 고통을 느끼며, 그들에게 진리와 생명의 빵을 쪼개어 나누어주기 위해 달려갈 열망으로 불타올라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봉쇄수녀원의 수녀들이 이런 갈증을 느끼고, 이 목적을 위해 희생을 바칩니까! 여러분도 그래야 합니다. 수녀원 안에 머무는 이들은 기도로, 책을 준비하는 일로, 희생으로 도와주어야 하고, 수녀원 밖으로 나가는 이들은 수도원 안에 있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큰 용기를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추수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여러분을 축복해 주시고, 여러분에게 거룩한 190│평온함을 주시고, 여러분을 열정적으로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성소를 받아들이는 데에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열정적인 수녀 한 명이 다섯, 여섯, 일곱 명의 수녀를 열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1 마태 18,20.
2 로마 전례서 「세례성사 예식Rito del Battesimo」 참조.
3 원문에는 susciti; quinimo로 되어있다.
4 루카 11,27-28.
5 로마 10,17.
6 히브 1,1-2.
7 루카 23,43.
8 로마 10,15 참조.
9 로마 16,1-16 참조.
10 1코린 14,34 참조.
11 로마 16,1-5 참조.
12 이사 52,7.
13 마태 10,14.
14 마태 9,36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