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함이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첫째가는 일이며, 우리를 주님께 직접 인도하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천국에 도달하는 데 이보다 더 확실한 길은 없습니다.
「영적 일기」1라는 책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데 방해되는 것들에서 벗어나도록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이 책에는 매일 실천해야 할 것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예로 제시하는 일들에 대해 우리가 놀란다면 우리 신앙이 그만큼 미흡하다는 증거입니다.)
이 거룩한 책은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겸덕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생각의 겸손, 말의 겸손, 행동의 겸손이라는 세 가지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생각의 겸손: 그리스도인의 겸덕은 두 가지 기본적인 생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
주님께서 전부이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니 죄인이기 때문에 무無보다도 못합니다. 이 원리 위에 성인들은 이렇게 권고합니다.
우리가 죄인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마음을 많이 상해드린 죄인이며 불충했기에 주님의 종이라고 하기에도 부당함을 확신한다면 완덕의 길에서 많은 진보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곳에서 분열과 징벌을 초래했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선을 베푸는 데 얼마나 방해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상황들을 피상적으로 보지만 하느님의 심판 앞에 우리가 바로 악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존경받고 싶어하고 다른 이들이 우리를 더 많이 존경하지 않는다고 놀라기까지 하면서 충분한 칭찬을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순간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면 어느 자리에 있을 것 같습니까?
우리 마음에 아직도 뱀이 도사리고 있고, 극복하지 못한 욕정이 많이 있음을 깨닫지 못합니까?
주님이 아직도 우리를 참아주심에 대해 감탄해야 할 것입니다. 영적으로 많은 병에 걸려 영혼이 쇠약하고 시름에 빠져 있음을 아랑곳 않고, 시력을 상실했음에도 자신있게 나아가려는 우리의 고집과 경솔함에 대해 놀라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야말로 진정 가장 큰 죄인이라는 것과 어떤 악마보다도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조금도 덕에 진보하지 못한 것입니다. |
다른 자매들과 함께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약함을 믿지 않으며, 장님이 되어버린 마음으로 자기 안의 악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덕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2. 말에 있어서의 겸손의 실천: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자신에 대해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리를 칭찬해 주는 편지를 받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칭찬해 주는 사람들로 둘러싸였을 때 두려워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들입니다.
우리의 친구는 우리를 비판하고 비난하며 우리의 잘못을 눈앞에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잘못을 감추고 자기가 지녔다고 생각하는 선만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옴에 걸린 자신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쉽게 실망하기 때문에 한 마디의 권고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칭찬하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나 겸손하게 보이려고 그 기쁨을 애써 감춥니다. 옴(피부병)에 걸린 사람아, 자신이 반점, 진드기, 이, 벼룩으로 뒤덮여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느냐? 먼지나 재에 지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교만합니까?
자기를 칭찬하는 습관은 몹시 나쁜 것입니다. 자기가 한 일이 모두 신기한 일인 양 남들이 듣고 싶어하거나 말거나 자신에 대해 말을 많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의 잘못을 세세하게 지적하기 시작한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자신에 대해 칭찬할 수 있습니까?
다른 이의 말을 들어주며, 말을 적게 하면서 천천히 좋은 말을 하며 지혜롭게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서만 입을 열도록 합시다. 말의 겸손 뿐 아니라 편지를 쓸 때도 아부나 신심 서적의 문장을 인용하지 맙시다. |
솔직한 고백을 하고 권고를 청할 때도 겸손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미소한 자에게 깨달음을 주며, 능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영을 발견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성인인 것처럼 생각하여 성인과 비교하지만 사실은 그 안에 불완전함과 죄로 가득 차 있음을 보게 됩니다.
3. 행동과 생활에서의 겸손: 자신을 위해서 낡은 것을 찾고 가장 비천한 일을 택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드러나지 않도록 아무것에서도 예외를 찾지 맙시다. 만일 병고로 인해 예외적인 것을 해야 한다면 그때에는 겸손을 실천하는 기회로 받아들입시다. 질병이 육신을 괴롭히고 육신은 차츰 무덤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자주 죽은 다음에 올 비참한 상태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부패하여 악취를 멀리하기 위해서 한시바삐 집 밖으로 내가려고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시체가 무덤 속에 묻히고 벌레들이 모두 파먹어 버려 결국 뼈만 남을 것이고, 한 줌의 먼지로 변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영혼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습니까? 2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 때 비천한 일을 택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은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 사람이 되셨습니다.3 어떤 사람은 누구에게나 충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교황과 하느님께도 충고하려 합니다.
생활과 행동과 활동에서 겸손한 사람이 못될 때 아무리 뛰어난 일을 한다고 해도 하느님의 멸시밖에 받지 못할 것입니다.
주의를 받을 때 겸손한 사람은 자신에 대해 반성하나, 교만한 사람은 화를 냅니다. 덕이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는 사람에게서도 이런 점이 드러납니다.
순명 안에서 겸손을 실천하며 동등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아랫사람들을 존중하고 스승보다 제자가 되려는 자세를 지님으로써 겸손을 실천합시다. 질병이라든가 우리 뜻과 반대되는 것들을 잘 받아들임으로써 겸손을 실천합시다.
자신이 가진 바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기 위해 남을 판단하고 쉽게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죄에서 풍겨 나오는 지독한 악취를 왜 느끼지 못합니까? 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까? 덕행과 모든 면에서 다른 이들이 더 나은지도 모르는데 왜 더 못하다고 여기며 멸시하려 듭니까?
만일 우리가 하는 그대로 하느님께서 대우해 주신다면 우리를 악마의 발밑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 비천한 자리에 있게 해주시도록 청합시다. 높은 자리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차라리 항상 비천한 자리에 있게 해주시도록 기도하십시오. 우리의 성공이 주님께 찬미를 드리고, 우리를 겸손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하느님께서 그런 성공을 허락하시지 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우리는 칭찬을 받으려고만 합니다. 그러기에 덕행에 있어 빈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옥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속하며, 얼마 동안이나 그곳에 있어야 하겠습니까? |
나이가 들수록 요구가 많아지고 과거의 업적만 내세운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현재 아무 선도 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과거의 공로까지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성공이 위험하게 느껴진다면 주님께 비천한 자리에 머물게 해주시도록 청합시다. 우리의 구원이 겸손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적 일기」와 로드리게즈의 「완덕의 실천」4 을 잘 읽어봅시다. 잘 읽었다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마음, 교만, 게으름, 분노, 세상에 대한 애착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참아주심에 대해 놀랄 것입니다. 주님께서 참아주실 뿐 아니라 계속 당신 은총을 채워 주시려 하심에 더욱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무슨 자극을 주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판 때 가서야 이 말의 참뜻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겸덕에 관한 이 묵상을 하느님 뜻의 중요성, 사도직과 성체 다음으로 기억할 것으로 남겨 주고자 합니다.
1 「영적 일기Diario spirituale」에서 인용함. 월별로 여러 주제를 나누었다. 겸덕은 2월의 주제다.(49-90쪽)
2 성 알폰소, 「죽음의 장치Apparecchio alla morte」 1권 1-3 참조.
3 마태 20,28 참조.
4 A. Rodriguez, Esercizio di perfezione e di virtù cristiane, 6권. 1933년 알바 PSSP. 묵상서적으로 읽도록 권고한 영성서.(참조: EC 1935년 7월, 1936년 8월 등) 저자 알폰소 로드리게즈(1531-1617)는 예수회 사제로 신비적 선물에 대해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