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우리 영혼의 성화를 위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특별한 은총인 거룩한 대피정을 활용합시다! 대피정의 8일은 일 년 중 가장 큰 행운의 날들입니다.│
주님 부활대축일과 주님 성탄대축일, 그리고 성령강림대축일보다 더 큰 행운의 날은 아니지만, 특별한 은총의 날들이기 때문입니다. 일 년 동안 장엄축일들을 성대하게 거행해야 하지만, 대피정에 큰 관심을 기울여 임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깊은 침묵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야기해야 합니다.
침묵, 아주 깊은 침묵! 느끼면 곧바로 감동을 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마십시오. 수도회, 서원, 분원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말고, 특히 직무에 대한 비밀은 지켜야 합니다.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대한 주의사항 가운데 식사 동안 포도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는 글을 읽게 됩니다. 사소한 행위가 분심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 성바오로딸들이여, 특히 책임자들과 방문선교를 하는 수녀들이여, 여러분의 혀는 말을 함으로써 많은 공덕을 쌓게 됩니다만, 지금은 침묵을 지키면서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공동체도 이 기간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많은 경비를 들여 여러분이 로마에 오도록 했고,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해 많은 사항을 요약해서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자매들을 지도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잘 이용하고, 자양분을 잘 섭취하십시오! 어떤 분원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힘을 얻을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활용하고, 이 거룩한 피정에서 큰 결실을 얻어내십시오!
이제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 대해 숙고해봅시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여러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 우리 주님을 향한 사랑입니다.”
성모님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사랑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입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 대한 애정은 주님께 대한 애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성모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너무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지 말고, 성모님을 마음껏 사랑하십시오!
어떤 사람은 성체를 사랑하며 영성체를 하고, 미사성제와 성체방문을 그들 삶의 중심에 둡니다.
어떤 성인들은 십자가를 사랑했고, 어떤 성인들은 성심을 사랑했습니다.
이러한 신심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상처에 대한 사랑, 수난의 여러 신비에 대한 사랑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이러한 신심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된다면 마음껏 활용하십시오. 여러분에게 유익한 성령께 대한 신심도 마음껏 간직하십시오!
죄를 두려워합니까? 여러분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그것이 주님의 뜻입니다.”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더 노력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일치하게 될 때 더 기도하게 되고, 충만한 사랑에, 더 진실한 사랑에 도달하게 됩니다. 온 지성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합시다. 하느님의 뜻을 사랑하고, 성경에 대한 참된 사랑과 죄에 대한 뉘우침 속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영혼을 특별히 본받읍시다. 신앙에 대해 유혹을 받을지라도 그들을 맞서 싸우며 초자연적 원칙을1 살아갑니다.
더 나아가 깊고 높은 하느님 사랑 안에서 언제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성 바오로는 하느님 사랑의 차원이 네 가지라고 합니다. 곧 길이, 너비, 높이, 깊이2라고 합니다. 사랑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끝이 없기 때문에 ‘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높이와 깊이”는 하느님께 향하는 만큼 더 커지며, 우리 자신을 주님께 드리는 선물이 될 때 완성됩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이 아주 다양한 표현으로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표현이 단순한 신심실천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신심실천은 좋은 것이지만 성화의 수단에 불과합니다.“하느님 사랑은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초자연적 선물입니다. 요리사들을 보십시오.” 성냥이 없으면 불을 붙이지 못해 음식을 만들 수 없지만, 불길이 타오르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성령이 영혼에 불을 붙여주셔야 합니다. 사랑은 세례성사를 통해 성령께서 부어주시고, 다른 성사들을 통해 성장하는 초자연적 선물입니다. “저는 영성체를 할 때나 쉬는 시간에도 늘 하느님 사랑을 느낍니다.” 느낀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이 불꽃은 느낌에서가 아니라, 영혼 안에 은총을 증가시키시는 성령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특히 거룩한 성사에 다가갈 때 주어집니다. 열정적으로 행하는 활동 안에 하느님의 큰 사랑이 있다고 믿지만, 성령은 예수님이 성부에게서 고난의 쓴잔을 받아들이셨을 때처럼 희생을 통해 완수된 활동 안에 더 풍성하게 와 주십니다. 이러한 보물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보물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하느님 사랑은 성령의 선물일 뿐 아니라, 활동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영성체를 할 때마다,│
자신의 의무를 온전히 수행할 때마다 성령께서는 그 사람 안에서 확장되시며 그 영혼의 모든 힘을 자신의 것으로 하십니다.
사랑과 은총과 공덕은 똑같은 것입니다. 곧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공덕이 밖으로 드러날 때 하느님의 영광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은 성령의 원천인 모든 덕의 요약이므로 중요합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입니다Fructus autem Spiritus charitas.”3 사실 신앙은 희망과 사랑을 살아 있게 해줍니다. 희망은 사랑을 고무시켜줍니다.
어떤 사람은 천국을 위해 그의 모든 행위를 바칩니다. 그는 영리한 상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행복이나 자기 자신보다 주님을 더 사랑하기에 이를 때 완전한 사랑을 지니게 됩니다. 집은 사람이 살고 있을 때 완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짓기 위한 모든 행위(땅, 벽돌 등의 구입)는 목적을 이루는 수단들입니다.
“수도자의 삶은 하늘에 들어갈 때에 끝납니다. 곧 사랑의 완성입니다.” 믿기를 멈추고, 희망하기를 멈출 때 무엇이 남겠습니까? 사랑입니다.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Tria haec: fides, spes, charitas. Major autem est charitas.”4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Charitas manet in aeternum.”5 천국에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하느님과의 일치입니다. 일치를 통해 영혼은 열망하던 것을 성취하고 만족해합니다.
사랑이 없다면 순교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나를 온전히 희생하는 가장 큰 관대한 행위가 아닐 때, 증여와 희사는 가치가 없습니다.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덧입게 만듭니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Qui manet in me et ego in eo hic fert fructum miltum.”6 예수님은 포도나무요, 우리는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 붙어 있게 해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또 다른 예수로 변모시켜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설교자들이 말할 때 “내가 말을 하는 것이다.”라고 하시고, 순교자들이 고통을 겪을 때 “내가 고통을 겪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은총을 통해 이루어진 선행이라 해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우리가 일치해 있고, 그분을 통해 하느님 안에 일치했을 때 큰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Si quis diligit me... ad eum veniemus et mansionem apud eum faciemus.”7
사랑이 없는 이 세상의 모든 화살기도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사울에게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8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박해하지 않았지만, 예수님의 신비체의 지체인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얼마나 완전한 것인지 보고 싶습니까? 사랑은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시키고, 우리를 그분의 지체가 되게합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를 성령의 성전이 되게 합니다.
영성체는 우리 안에 예수님의 인성을 조금씩 가져다주고, 은총은 영혼 안에 신성의 현존을 통해 계속 주어집니다. 성 바오로는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9라고 말합니다. 영혼은 은총을 통해 하느님을 모셔들이고, 하느님은 그 영혼 안에 머무십니다. 영혼은 참된 “크리스토포로Cristoforo”, 곧 그리스도를 나르는 자가 됩니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하느님이요 인간이신 예수님이 계신 또 하나의 감실입니다. 성체를 받아 모신 인간의 마음속에는 신성만이 존재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의 목적이고, 우리를 하느님과 일치시키고, 행복한 영혼이 되게 해줍니다.” 고통 중에도 예수님과 함께 만족하며 살게 되고, 그 고통이 공덕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하기만을 바랍니다. 아,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혼은 고난 중에도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는지요!
우리 아버지 성 바오로가 쇠사슬에 묶여 지내셨던 마메르티노Mamertino10 감옥을 방문할 때 큰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성바오로딸들이 그곳에 머물며 기도하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 일인지요! 성 바오로는 그 감옥에서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나는 우리의 그 모든 환난에도 기쁨에 넘쳐 있습니다.”11
매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더욱 진보하는 영혼 안에서 사랑은 더욱 성장합니다. 삶의 마지막에 기력이 쇠잔해졌을 때 그 영혼은 자기 하느님과 하나 될 순간이 가까워진 것을 느낄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12는 쉴 때에도 사랑으로 불타오르며 하느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주님, 저를 잠들게 놓아두십시오!” 그의 마음은 애정으로 충만했습니다.
하느님 사랑은 특히 대피정 동안 성장합니다. 그러나 피정이 끝날 때면 해이해질 때도 있습니다. “주님은 혼란한 가운데가 아니라Non in commotione Dominus”13 침묵 중에 오십니다. 영혼이 열려 있을 때, 마음이 온화할 때 오십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죄의 장애가 없어질 때 성령은 정화된 영혼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려고 하십니다. 은총에 의한 활동이 모두 이루어지도록 맡겨두십시오. 온화해지십시오. 주님은 신비로우십니다. 어느 순간 삶 전체를 비추어줄 정도로 강력한 섬광을 보내주십니다. 어떤 사람은 서원 후 하늘에 닿을 듯 용약하지만, 어떤 사람은 침묵 가운데 주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계속 귀를 기울입니다. 비는 부드럽게 땅을
적시지만 집중호우는 해롭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사랑하는 것입니까? 서원식 날 여러분은 “제 유산의 몫이신 주님”14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은총에 계속 응답하는 수도자는 정원의 꽃처럼 피어나지만, 해이해질 때 아주 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수도서원의 목적은 사랑에 있는데, 사랑을 중단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살펴보십시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 드리고 나서 ‘아니오’라고 결코 말하지 마십시오. 주님께 언제나 ‘예’라고 말씀드려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세월과 함께 조금씩 공덕을 쌓아가기 위한 위대한 비결입니다. 서원식 날이 인생의 가장 열정적인 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천국에서 그대는 얼마나 높이 오르겠습니까? 지상에서 올라간 만큼입니다. 오, 미지근한 수도자는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악을 초래합니까! 사랑과 미지근함은 서로 역행합니다. 미지근한 희생, 미지근한 의무 수행은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역겨운 사람으로 만듭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미지근함은 구토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15
결코 미지근함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성찰해보십시오. 토요일마다 고해성사를 보면서, 다음 성사 때까지 여러분 안에 열정이 자라나는 것을 느낍니까? 아니면 목요일쯤에는 열성이 줄어듭니까? 성체를 모신 다음에 느끼는 열성이 저녁때까지 지속됩니까? 불이 계속 타오르게 하십시오. 아침 10시경 불꽃이 약해진다면 화살기도와 신령성체를 통해 불꽃을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대피정을 한 지 4개월 후 열성이 줄어든다면 희생을 바치십시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한층 더 성장하십시오.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이 당신의 불꽃을 통해│
우리 마음이 타오르게 합니다. 그분 몸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Ignem veni mittere in terram.”16
1 원문에는 principii로 되어있다.
2 에페 3,18 참조.
3 갈라 5,22.
4 1코린 13,13.
5 1코린 13,8.
6 요한 15,5.
7 요한 14,23.
8 사도 9,4.
9 에페 4,30 참조.
10 국회의사당의 경사진 곳, 포로 로마노(Foro romano)에 위치한 감옥.
11 2코린 7,4.
12 Francesco Saverio(1506-1552)는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회원으로, 인도와 일본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13 1열왕 19,11 참조.
14 시편 16,5 참조.
15 묵시 3,16 참조.
16 루카 12,4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