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우리가 묵상하려는 주제를 더 잘 이해하고 필요한 변화를 이루도록 용기를 얻기 위해 합당하고, 주의 깊고, 경건하게1 우리의 온 마음이 주님께 향하도록 은총을 청합시다.
대피정에서 많은 열매를 얻어야 하지만 우선 온순한 마음을 주님께 드려야 합니다. “주님 저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당신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더 좋은 것을 하십시오. 저는 어린아이 손에 쥐어진 공처럼 당신께 내어드립니다. 주님 저와 함께, 제 위에서 놀이하십시오. 당신은 사랑스러운 아버지이시며 당신의 영광과 저의 선만을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
[79] 저는 당신이 원하시는 어느 길이든 저에게 청하시는 어떤 희생이든, 어떤 직책이든 전부 저의 선을 위해 하신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당신이 아니시면 누구에게 의탁하겠습니까? 저희는 저희에게 선이 되는 것을 참되게 찾고 있지 않습니다. 진실하게 선을 찾고 있다면 이다지도 고집스럽고 교만하고 거룩하신 뜻에 저항하는 뻣뻣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 저희가 ‘저는 당신께 반항하지 않고 완전히 하느님의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지요?”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2
여러분이 하느님 뜻에 온전히 맡기지 않는다면 대피정에서 충분한 열매를 맺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의지와 망상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도록 합시다. 우리가 전부 주님의 것이라면 그분은 전부 우리의 주님이시고, 영원에서 그분을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거룩하신 뜻에 저항하는 우리의 완고함에 대해 자주 주님께 용서를 청합시다. 하느님은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오래 전부터 귀가 먹어 알아듣지 못합니다. 우리 자신을 낮추기가 힘듭니까?
어떤 사람이 진보자 신분에 있는 사람입니까? 이미 풍부한 사랑을 지닌 사람입니다. 초보자들은 벌에 대한 두려움과 상급에 대한 희망이 지배적입니다.
초보자는 자연적인 것을 초자연적인 것으로 바꾸면서 자애심을 변화시킵니다. 초보자의 덕은 경외심과 희망입니다. 그들은 은총을 쌓기 위해, 특히 ‘보상을 얻기 위해’ 작업을 합니다. “주님 저는 보상을 받을 희망으로 당신 뜻에 저의 마음을 굽힙니다.”3 보통 청원기와 수련기 때 이런 작업을 합니다.
[80] 그러나 진보자들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일을 합니다.
그들의 두드러진 신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영혼은 예수님 안에 몰입되어 예수님이 아버지께 가는 참된 길이심을 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모범을 닮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리스도를 배우기’에 마음을 씁니다.
이들에게는 사랑과 기도가 주류를 이루는데 그들의 기도는 대화보다는 애정적입니다.
완성자 신분에 있는 영혼은 이미 일치의 단계에 이르러 모든 것을 단순하게 오직 하나의 원리에 따라 봅니다. 덕성으로 어린이처럼 본래의 단순함으로 돌아갑니다. 그런 단순함 때문에 성 레지날도4 는 성 토마스에 대해 “어린이의 영혼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완성자의 길은 단순함의 길, 단순함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그들은 단순하게 기도하며 성령께 대한 신심을 지녔습니다.
이제 특별히 진보자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그들은 이미 세 가지의 정화 작업을 거쳤습니다. 성인들이 했던 것처럼 많은 통회로 죄에서 정화되었습니다. 성인들은 이 길로 들어와 매우 강렬한 통회와 특히 미각의 극기를 실천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주님의 첫 부르심을 들었을 때 자기 몸을 낮추어 통회하며 온갖 고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혼이 평온함과 평화로움을 맛보는 행운을 얻었으며, 용서를 확인하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81] 두 번째 정화는 영혼이 욕정을 지배할 때 이루어집니다. 감각과 환상, 혀, 목, 감정과 느낌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의 입에서는 불쾌한 말이나 원한 가득한 말을 할 위험이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느끼는 것 말고는) 반감이나 호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세 번째 정화는 외적인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좋은 평판이든 나쁜 평판이든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것에 마음이 상하지 않고 평온합니다. 모든 것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 또는 저런 일을 더 선호하지 않습니다. 건강이나 질병, 어느 것을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일에 능력이 없어 창피를 당해도 모든 것에 준비된 자세를 갖춥니다. 자기를 굽히게 될 것임을 알아도 마땅히 해야 할 지시를 내립니다. 악을 저지시킬 줄 압니다.
이러할 때 영혼은 진보자 신분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실은 단계가 정확하게 구별되지는 않습니다. 덕은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이끌어주어 첫 단계에 있는 사람도 높은 수준의 하느님 사랑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자의 고유한 덕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입니다. 이 점이 감성적 묵상과 성체방문, 영성체에서 부각되어 드러납니다.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그분에게서 상을 기대하는 초보자에게 천상 아버지께서는 참된 스승이 누구이시며, 누구의 마음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가를 지시하십니다. |
[82] 그래서 영혼은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께 마음을 돌립니다. 복음봉독과 예수님의 생애에 매우 큰 애정을 느끼며, 그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랑하게 하려는 갈망을 갖습니다.
진보자는 책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발견하지 않으면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예수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대화도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모든 수도자는 진보자 신분에 있어야 합니다. 이 지점에 있지 않다면 여러분은 퇴보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수도 정신을 빼앗기는 잡담 장소에 와 있습니다. 바로 자매들을, 또 다른 이들을 비판하는 형태로 사제들에 맞서서 비판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야 합니다. 이런 잡담들이 수도회의 정신을 어디까지 추락시킬지 모릅니다.
여러분에게 복음, 성체, 미사가 주어졌으니 수도서원 초기부터 조명의 길 혹은 진보자 신분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은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고, 예수님을 따라 걷는 것은 빛 속에서 거니는 것입니다.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5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6
진보자의 두 번째 작업은 스승님을 아는 것을 넘어 그분의 덕을 본받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만 겸덕을 획득하려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이 덕을 묵상하면서 겸손되이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애덕 실천에서도 다른 성인들의 모범을 많이 찾기보다 원천이신 예수께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결에 대해서도 이와 같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정결하게 하시는 것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시기에 영혼은 차츰차츰 그분 안에 변화되어 감을 느끼게 됩니다. |
[83] 이렇게 인내의 덕을 얻습니다. 진보자는 예수님의 모범이 아닌 다른 데서 모범과 이치를 찾지 못합니다. 진보자는 예수님 안에서 흡족하고 모든 것을 예수님 안에서 이해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할 때 다른 모든 이치란 진리의 그림자에 불과하며 거대한 대서양에 떨어진 물 한 방울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왜 내게 그런 식으로 대하는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고 이런 일이 생겼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무엇을 하셨기에 그처럼 잔혹하게 취급당하셨습니까?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당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사랑 없이는 머리가 둔해져 깨닫지도 믿지도 못합니다.
진보자는 무엇보다도 사랑을 실천하고 성체 안에서 참된 사랑의 배움터를 발견합니다.
성체 외에 가장 위대한 사랑의 표현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습니까?
그렇게 자신을 낮추길 바라신 예수님의 사랑은 미친 것이 아닙니까? 천상의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오시기 위해 음식이 되신 것은 지나치게 낮추고 굽히신 것이 아닙니까? 예수님의 숭고한 희생을 갱신하는 미사 외에 우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더 큰 행위가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을 증명하는 것이 미사입니다. 진보자는 사랑을 탐구하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진보자의 또 다른 신심은 성체방문입니다. 진보자에게 성체방문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단순한 신자들에게는 미사참례를 잘 하고, 성실한 신자들은 영성체를 잘 하도록 강조하지만, 완전한 수도자들은 성체방문을 충실하게 잘 해야 합니다.
[84] 성체방문을 완전하게 하는 사람은 이미 완성자 신분으로 넘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진보자는 예수님의 사랑만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대신덕과 윤리덕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완성합니다.
영혼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고심하지 말고 계속 걸어감으로써 진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깊은 인식과 닮으려는 큰 갈망을 청하십시오. 예수님을 사랑하기를 갈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알리고 사랑하고 닮도록 인도하며, 무엇보다도 성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성체적으로 사람들을 양성하십시오.
1 라틴어 원문: “digne, attente ac devote.”
2 1사무 3,10 라틴어 원문: “Loquere, Domine, quia audit servus tuus!”
3 시편 119,112.
4 St. Reginaldo da Piperno(+1290): 성 토마스가 신뢰했던 친구이며 고해사제. 「영적 일기」 68쪽에 그의 표양에 대해 인용한다.
5 시편 36,10 라틴어 원문: “In lumine tuo videbimus lumen.”
6 마태 23,10 라틴어 원문: “Unus est Magister ve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