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루카 2,50-52)
사 도
사도는 자기 영혼에 하느님을 모시고 자기 주변에 하느님을 빛내는 사람이다.
보물을 쌓아가며 그 넘치는 부분을 영혼들에게 전하는 거룩한 사람이다.
하느님과 사람들을 많이 사랑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더는 자신 안에 가두어 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에 담아 형언할 수 없는 빛을 널리 퍼뜨리는 성광이다.
모든 이를 기쁘게 하는 간택된 그릇이다. 이는 자신 안에 가득한 충만함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매우 활동적인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성전이다. 개인적으로든 공적으로든 말과 행동, 기도, 몸짓, 태도에서 하느님이 베어 나오는 사람이다.
이제 이처럼 특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라. 그들 안에서 사도의 모습을 알아보겠는가? 더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사도의 이상을 최대한 |
드러내는 마리아이시다. 그리고 바오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내적 거룩함이야말로 으뜸가는 가장 본질적인 사도직으로,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다. 내적 삶이 있는 곳에 사도가 존재한다. 사막의 안토니오, 침묵하는 카르투시오 수도사, 가장 겸손한 노동을 하는 봉쇄 수녀들이 있다.
첫 번째 사도직
가) 내적으로 거룩한 영혼은 예수 그리스도, 곧 교회의 신비체에 생명을 주는 순결한 피를 돌게 하여 모든 지체를 원활하게 성장시키며, 하느님을 닮으려는 투쟁을 통해 지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성 바오로는 이 신비체에 대해 여러번 언급한다. 비오 12세는 회칙 「그리스도의 신비체Mystici corporis Christi」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분명하게 밝혔고, 많은 책이 이에 대해 설명했다. 인간은 지체인 손과 발, 혀의 움직임은 볼 수 있지만 몸의 내부에서 필요한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심장은 보지 못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세상에 악과 슬픔을 퍼뜨리는 이들의 활동을 막을 능력이 있고,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항하는 모든 사상을 이기고, 모든 지성을 그리스도께 굴복시킬 수 있는 신적인 것이다. “우리의 전투 무기는 속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 덕분에 어떤 요새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합니다. 우리는 잘못된 이론을 무너뜨리고,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가로막고 일어서는 모든 오만을 무너뜨리며, |
모든 생각을 포로로 잡아 그리스도께 순종시킵니다.”1
이처럼 순결한 피, 초자연적 생명, 이러한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교회는 다락방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세대대로 한결같이 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위대하다. “저는 이들(제자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2 주님에게서 은총이 흘러나와 성인들에게 전해진다. 그들은 은총에 참여하여 자신 안에 차고 넘치는 것을 부어준다.
나) 성인들은 하느님 곁에서 그들의 공로와 성성의 정도에 따라 힘을 지닌다. 그들이 전구하는 힘은 지상에서 하느님과 맛보았던 일치에 상응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기도란 인간의 힘이요, 하느님의 나약함이라고 말한다. 사실 주님은 우리의 청원을 들어주시기 위해 애쓰신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3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어떤 사도직을 수행하셨던가! 예수님은 고통을 겪으시며 “목마르다!” 하고 부르짖으며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그분은 당신을 드러내는 설교보다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으로 이 세상을 구원하셨다.
다) 참된 사도직은 예수님의 사도직에 접목되어 하나로 일치한다.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같은 목표 안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런데 사도라고 하는 이들 가운데 많은 이가 하느님께 드려야 할 영광을 소홀히 하고 있다. 그들은 시끄러운 징과 울리는 종, |
휘몰아치다가 흔적없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바람과 같다. 많은 사람, 참으로 많은 사람이 “모두 자기의 것만 추구할 뿐 예수 그리스도의 것은 추구하지 않습니다.”4
하느님의 사람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위에서 오는 빛을 받아 사물을 판단하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관련된 역할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그 빛을 상실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낮추심으로 영광을 받으신다. 그의 목표, 그의 지향은 언제나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도직은 점점 더 초자연적 특징과 효과와 생명력을 띠게 된다. 하느님은 전부이시므로 사람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품안에 있다. “나의 자녀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모습을 갖추실 때까지 나는 다시 산고를 겪고 있습니다.”5
“하느님은 당신이 원하시는 일을 온전히 당신 손으로 하길 바라시어,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든 다음 활동하신다.” 나는 사라지고 하느님께서 사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획에 따라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서, 그분을 통해 활동한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그 누가 우리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6는 말씀보다 더 큰 확신은 없다. 사도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7
마리아의 내적 삶
마리아는 가장 거룩하시기에 첫째 사도이시다. 아니 진정한 사도이시다.
마리아는 당신의 성성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에 생명력이 넘치도록 풍부한 생명으로 최상의 기여를 하셨다. “은총이 가득하신”8 마리아의 충만한 은총이 요한복음사가에서 |
요한 보스코에 이르기까지, 순교자들에서 동정자들에 이르기까지, 교황들에서 경건한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 위에 부어졌다.
그리스도는 생명이시다. 이 생명은 머리에서 온 몸으로 내려오며, 매일 세례성사, 미사성제, 고해성사를 통해 영혼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사람들의 영혼은 그리스도로 살아간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간택을 받아 그리스도께서 구원하신 이들의 위대한 어머니가 되셨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새로운 가족의 가장이시다. 하와가 인류라는 몸의 어머니인 것처럼, 마리아는 새로운 그리스도인들 곧 거룩한 이들을 낳으셨다. 우리의 영적 어머니는 갈바리아의 고통 가운데 우리를 낳으시고,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건네주셨다. 교회는 “살베 레지나” 기도를 통해 ‘생명’이신 마리아께 인사한다.
어머니는 자녀들 안에 당신의 피가 흐르게 하여 당신의 성품과 자질, 성향을 물려주신다. 마리아는 사람들의 영혼에 당신의 성향과 기호, 당신의 사랑, 당신 자신을 넣어주신다. 마리아는 영혼이 당신께 가까이 다가갈수록 풍부하게 주신다. “내 안에 생명과 덕행의 모든 희망이 있다.”9
마리아는 여왕이시다. 여왕이신 마리아는 백성에게 모든 것을 주신다. 강력한 임금의 백성은 그 임금처럼 강하다. 이토록 위대한 여왕을 모신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마리아는 어떤 “피조물보다도 높으시다.”10 마리아의 자산과 힘은 모두 우리를 위한 것으로, 그 모든 것을 당신 백성과 자녀인 우리를 위해 사용하신다.
마리아는 모든 사람, 곧 죄인, 병자, 의인, 가난한 사람, 난민 등 모든 이의 희망이시다.
마리아는 탄원하는 전능자라 불린다.
성 피에르 다미아니는 이렇게 썼다.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어좌 앞에 모습을 드러내실 때는 청원이 아니라 당신 뜻을 드러내시기 위해서다. |
곧 여종으로서가 아니라 어머니로서, 그리고 여왕으로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마리아는, “주님께서 본성상 하실 수 있는 것을 나는 은총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마리아의 은총은 교부들의 빛, 박사들의 지혜, 이단을 제거하는 힘, 교회의 생명 등 헤아릴 수 없다. 마리아는 하늘에서 무한하고 영원하며 효과적인 사도직을 하신다. 성 제르마노는 마리아께 이런 기도를 드렸다. “오, 지극히 순결하신 분, 당신을 통하지 않으면 아무도 악에서 해방되지 못합니다. 오, 지극히 자비로우신 여인, 당신을 통하지 않으면 그 어떤 선도 받지 못합니다. 오,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 당신을 통하지 않으면 아무도 최후의 승리를 얻지 못합니다.” 마리아의 기도는 예수님이 처음으로 표징을 일으키신11 카나에서 그분의 공생활이 시작되게 하셨다.
모든 이의 사도직
침묵 가운데 기도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기뻐하여라.
세상은 하느님의 분노와 벌을 초래한다! 그러나 보속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구한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건설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어려운 사업을 위해 힘을 소진하는 사람보다 훨씬 유익하다. 수도생활에 부르심 받은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고, 사람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들은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12라고 말하는 새 사람이 된다.
바오로의 마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었다.
마리아의 지극히 순결한 마음은 |
예수님의 마음 다음으로 가장 사도적이다. 인류를 위한 초자연적 부는 모두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에서 나온다.
예수 성심 다음으로 그 어떤 마음도 성모 성심만큼 사람들을 사랑한 마음은 없다.
성인은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거대한 조각상을 파손시키는 데에는 산에서 떨어지는 작은 돌멩이 하나로도 충분하다.
“데레사에게 돈이 몇 푼 더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돈 몇 푼이나 데레사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레사에게 돈 몇 푼에 하느님이 계시다면 모든 게 있는 것이다.”
양심성찰을 하고 자애심을 극복하며 내적으로 활기차게 지내는 것보다 더 폭넓고 더 효과적인 사도직은 없다.
기숙사에서, 학교에서, 교리교육 활동에서, 고해소에서, 설교대에서, 가톨릭 연합에서, 수도회에서, 가정에서, 병원에서, 신학교에서, 본당에서 내적 삶을 지도하는 사람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손 안에 생명과 영원을 향한 제자들의 미래가 있다. “일을 조금 줄이고, 묵상과 기도로 하느님께 30분을 더 바쳐라. 활동을 하더라도 생명을 주는 활동을 하라.”고 자주 일러주는 것이 좋다.
씨를 뿌리고 기도로 물을 주어라.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13라는 말씀은 신앙의 진리다. 씨를 뿌린 밭에 물을 댈 수 있도록 샘을 파라. 크고 완벽한 전력 시설도 필요하지만 도시가 밝아지고 공장이 생산 활동을 하려면 전선에 전류가 통하도록 콘센트를 꽂아야 한다. 성덕을 추구하자. 마리아를 통해 성덕을 추구하자. 예수님처럼 사람들에 |
대한 목마름이 없다면 마리아께 대한 참된 신심도 있을 수 없다. 사도이신 예수님과 사도이신 마리아를 닮지 못할 것이다. 마리아를 본받는 사람들은 마리아의 자녀이며, 예수님과 일치한다. 예수님과 마리아의 정신과 마음을 간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예수님과 마리아와 일치하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예수님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 못지 않은 둘째 계명,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상기시키신다.”14
1 2코린 10,4-5.
2 요한 17,19.
3 마르 11,24.
4 필리 2,21.
5 갈라 4,19.
6 마르 16,20.
7 요한 14,12.
8 루카 1,28.
9 집회 24, 18 참조.
10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천국편」, 33곡 2행.
11 요한 2,11 참조.
12 “Mihi vivere Christus est.”(필리 1,21)
13 1코린 3,7 참조.
14 마태 22,3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