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 위에서 하신 예수님의 첫 번째 말씀
성경에 “너희는 단식을 선포하고 거룩한 집회를 소집하여라.”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에게 이 말씀은 ‘묵주기도를 성화시켜라.’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묵주기도는 거룩한 것이므로 거룩하게 바쳐야 합니다. 단식도 거룩하므로 거룩하게 행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단식하라는 말이 아니라, 단식을 거룩하게 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1) 사순절에는 매일 행해야 할 작은 희생을 바치십시오. 마음이 예수님의 것이 되도록 하고, 환상을 억제하고, 의지를 성모님께 맡기십시오.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성 바오로께 허락을 청하십시오.
성 바오로를 입의 문지기로 삼으십시오. 문지기가 열쇠를 들고 문을 열어줘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누구에게 허락을 받았느냐?’ 하고 묻는 동안에 이 말을 해야 할지 또는 하지 말아야 할지를 충분히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혀의 극기, 마음의 극기, 의지의 극기를 통해 단식을 성화하십시오.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긍정적인 일을 하십시오.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거나 공책을 정돈하는 일 등.
여러분이 단식하는 것을 빵가게 직원이 몰라야 합니다.
2) 올바른 지향이 없는 외적 활동은 가치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2고 말씀하셨습니다.
3) 십자가 아래에서 단식을 성화하십시오. 모든 활동을 예수님의 고통에 일치하여 바치십시오.
모두가 부활을 거룩하게 지내기를. 특히 우리 본당 신자들이 부활을 잘 지내도록, 그리고 독자들, 인도인들, 중국인들, 일본인들에게 은총이 주어지도록 단식을 성화하십시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하신 첫 번째 말씀에 관해 여러분에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3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실 때의 상황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당신의 영, 당신의 마음이 육신과 함께 십자가형에 처해졌습니다. 예수님은 못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이 아닙니다. 당신 의지로 십자가에 매달리신 것입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이셨을 뿐 아니라, 십자가를 원하셨습니다.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4
당신이 받으셔야 할 고통이 완전히 채워질 때까지 십자가에 매달려 계셨습니다. 성부의 뜻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리신 그분은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들어 올려 세워졌습니다. 그분과 그분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동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형을 요구하고 그분의 고통을 악마같이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십자가를 통해 들어 올려지신 예수님께 대한 첫 번째 느낌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자비입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
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주목합시다. 그분은 당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를 허락하신 바로 그 하느님이신 성부를 부르십니다. 성부께 대한 사랑은 절대 감소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변명도 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큰 고통을 드러내는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보다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는 죄인들을 생각하셨습니다.
성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말은 확실하여 그대로 받아들일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5
십자나무 위에 높이 들어 올려져 하늘과 땅의 중개자가 되신 예수님은 하느님께 죄인들, 그 순간 당신을 모욕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당신의 피, 당신의 고통을 봉헌하시면서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성부께 말씀하셨습니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는 말에 주목해봅시다. 그들을 용서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할 마음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용서하십니다. 그분에게서 가르침을 받았고, 그분의 기적을 보았고, 그분에게서 많은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이렇게 용서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 성심은 모든 것을 헤아리십니다. 그러니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 군중 가운데는 무지한 병사들, 욕심에 눈먼 사람들, 악의를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하느님 편에서 볼 때 용서받을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죄를 덮어버리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심판을 집행한 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위대한 어지심을 흠숭합시다.
우리가 그분의 집에서 죄를 짓고도 그분께 봉헌했기에, 우리의 감사
를 그분께 드러내야 할 때 용기를 잃지 맙시다. 예수님의 자비가 우리의 배은망덕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중죄를 범해 악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해도 예수님의 어지심이 고갈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망덕송’을 자주 바칩시다. 우리가 지탱받아야 할 버팀목을 더는 찾을 길이 없을 때 예수 성심께 매달립시다. 우리가 처한 그 어떠한 상황에서든 죄의 용서만 아니라, 연약함에 대해 용서를 바라며 우리가 성인이 되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을 신뢰합시다. 그분은 자주 당신의 경이로운 기적을 드러내시기 위해 가장 비천한 피조물을 이용하십니다.
큰 죄인이었던 영혼이 충만한 은총으로 하느님의 법정에 서게 될 때 예수님은 곱절로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한때 그토록 허약했던 이 영혼은 예수님에 의해 성령의 은총을 입고 성부 앞에 당신 승리의 전리품처럼 서게 될 것입니다.
오 하느님, 당신은 성인들을 새롭게 창조하시는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성인들로 변화시킴으로써 당신 권능을 드러내십니다!
십자가에 대한 사랑으로 사순절을 성화시키십시오. 여러분이 감실 앞에 있거나 십자가를 손에 들고 있을 때 이렇게 말씀드리십시오. “주 예수님, 하늘에 계신 성부께 저를 부탁드려주십시오. 저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의 무리에 속합니다. 당신은 사형 집행인들을 위해 기도하셨으니, 그들 중 한 사람인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십시오. 저는 성부와 당신을 거슬러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오 예수님”.
십자가에 우리의 희망을 둡시다. 우리의 희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 미사성제, 영성체와 화살기도, 특히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당신은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Adoramus te, Christe.” 하는 기도를 바치면서 사순절 동안에 맞게 되는 금요일을 거룩하게 보내십시오.
* 8절지에 인쇄된 묵상(pp.7-8).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라는 제목의 2월 피정의 세 차례 강의가 앞에 있지만 알베리오네 신부님의 강의가 아니다. 정확한 날짜가 없기 때문에 “사순절” 말씀이라고 했다. 저자의 이름이 없을 때에도 예수님의 말씀에 관한 묵상은 창립자의 강의라고 보아야 한다.(EC, 2-3[1937]1 참조)
1 요엘 1,14 참조.
2 마태 6,16.
3 루카 23,34.
4 루카 12,50 참조.
5 1티모 1,15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