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리아는 기도의 귀감이십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마리아는 성경을 읽고 시편을 노래하면서 유년기와 사춘기를 성전에서 보내며, 하느님을 섬기는 삶으로 기도의 귀감을 보이셨습니다. 나자렛으로 돌아온 뒤에도 기도와 성경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기도하고 있을 때 천사의 방문을 받아 강생의 신비에 대한 위대한 예고를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기도 안에서 당신 어머니라는 높은 직분을 받아들이도록 마리아를 준비시키셨습니다. 이 순간부터 거룩하신 마리아의 기도는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을 잉태하셨고, 당신 태중에 모시던 예수님과 사셨으며, 그분과 함께 아름다운 대화, 가장 내밀한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이 시기의 기도는 마리아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습니다. 마리아에게서 당신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담긴, 세기를 관통하는 찬미가가 솟아나왔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Magnificat anima mea Dominum …”1 가장 심오한 겸손의 표현이요,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위에 대한 영광과 감사의 찬미가입니다. 교회가 매일 되풀이하기를 바라는 아주 드높은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태중에 모신 채 이 찬미가를 하늘을 향해 바치심으로써, 모든 영혼이 영성체를 통해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자기 마음
에 받아들일 때 이 찬미가를 부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구유 곁에서 바치신 마리아의 기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겠습니까? 기도와 관상의 황홀함 가운데 그분은 당신 성자를 받아 모셨습니다! 이집트로 피난하셨을 때는 그 유배의 땅에서 얼마나 자주 하느님께 기도를 바치셨겠습니까! 그리고 나자렛에서, 집은 초라하고 어두웠지만, 어떤 화려한 성전보다 더 풍요로웠을 것입니다. 하늘의 왕과 동정 마리아, 성 요셉이 그 집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기도를 바쳤으며, 얼마나 큰 하느님의 사랑이 그 집을 지켜보았겠습니까! 거기에는 계속 침묵이 흘렀지만, 요셉의 망치소리가 이따금 울려 퍼졌을 겁니다. 생각하는 것은 모두 거룩한 것, 세상에서 가장 드높은 것이었습니다. 대화는 온유하고 간결했으며, 자주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드물었습니다. 하느님과 말씀을 더 많이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그 검소한 거처에 하느님께서 기도의 귀감이신 동정녀와 성인들 중의 으뜸인 성 요셉과 함께 계셨습니다. 기도를 배우기 위해 그곳에 천사들의 무리가 몰려들었습니다.
마리아는 기도의 귀감이십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그분은 강하고, 확실하고, 고요하고, 겸손하게 청하셨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Vinum non habent!”2 짧은 몇 마디, 예수님께 꼭 필요한 말씀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으로 대답하셨지만,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조용히 이르셨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3 그분의 기도는 확고합니다. 마리아는 성자에게 청하실 때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음을 잘 아셨습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원의를 충족시켜주실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군중을 가르치시는 동안 성모님은 기도로 그분을 동반하셨습니다.
수난 때에도, 인류를 위한 예수님의 고통에 당신의 고통과 기도를 일치시키시면서 갈바리아까지 따라가셨습니다. 갈바리아에서 처음으로 바쳐지는 미사성제를 도우셨고, 당신의 성자를 세상의 구속을 위해 성부께 봉헌하셨습니다. 망치 소리를 들으셨고, 예수님이 못 박히신 십자가가 일으켜 세워지고 쓸개즙과 몰약을 맛보시는 예수님, 임종의 고통 중에 돌아가시는 그분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셨습니다.
기도는 많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마리아는 십자가 아래에서 깊은 침묵 속에 고통으로 가득 찬 쓰라린 마음으로 세 시간 동안 계속 서 계셨고, 성자를 제물로 받아들이신 하느님과 깊이 일치하여 계셨습니다. 그곳에 남아 무아경에 빠지셨으나 그야말로 고통에 찬 무아경입니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실 때까지 지켜보시고, 그분을 당신 팔에 안으시며 무아경에 빠지셨습니다. 무덤까지 따르시면서 당신 심장은 창에 꿰뚫리는 고통을 당하셨지만, 기도와 믿음 안에서 굳건함을 보이시며 예루살렘으로 다시 가셨습니다.
모두가 멀리 도망쳤고, 사도들조차 믿음을 버렸을 때 마리아는 굳게 믿으셨습니다. 33년 동안 기도하며 말씀의 육화를 믿으셨던 것처럼, 이제 다시 기도하면서 부활을 믿고 기다리셨습니다. 그분에 대해 시편에서는 “당신께서는 제 영혼을 저승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께 충실한 이는 구렁을 아니 보게 하십니다.”4라고 묘사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다.”5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마리아는 부활에 대한 예고를 기도에서 찾으셨습니다. 부활의 소식은 그분을 충격이 아니라, 오히려 평온하게 해주었습니다. 원수들을 이겼고, 하늘의 문이 모든 이에게 열렸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성령을 기다리며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박해를 받고 있던 교회
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스테파노가 돌에 맞아 죽을 때 사울의 회심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성모님은 참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기 위해 갈바리아의 길을 얼마나 걸으셨을가요! 얼마나 자주 열성적인 영성체로 예수님과 일치하셨겠습니까! 마리아는 지상에서 기도하셨고, 하늘에서는 당신의 중단할 수 없는 기도를 계속하십니다.
2) 마리아는 은총의 중개자이십니다
마리아는 기도의 귀감을 보여주셨을 뿐 아니라, 우리의 기도를 도와주십니다. 그분의 직무는 은총의 중개자로서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ㄱ) 성모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인류는 온갖 방법과 다양한 호칭으로 강력하게 그분께 도움을 청합니다. 인류는 마리아께 큰 신뢰를 두고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와 예수님 사이의 중개자시고, 교회는 우리에게 “우리 죄인을 위해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하게 합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바라보고, 그분은 우리의 기도를 예수님께 봉헌해주시고, 우리에게 예수님의 은총을 전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이를 마음에 들어하십니다. 마리아를 통해 당신 성자를 우리에게 주시기를 원하시고, 그분을 언제나 당신 손 안에 모시도록 마리아께 그분을 맡기셨습니다. 성 베르나르도는 성모님께 “오 마리아, 당신을 통하여 우리가 당신 성자께 다가갈 수 있게 해주소서.”6라고 기도했습니다.
ㄴ) 마리아를 통하여 모든 은총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은총을 얻으시어, 이 은총
을 마리아의 손에 맡기셨습니다. 모든 사람은 마리아에게서 은총을 받아야 합니다. 은총의 분배자이신 마리아는 당신이 원하시는 사람에게, 당신이 원하실 때, 당신이 원하시는 방식대로 당신의 선물을 주십니다. 마리아는 당신의 모든 부富를 모든 사람 위에 부어주시기 위해 ‘은총이 가득한 분’7이 되셨습니다. “모든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에게 은총의 충만함과 풍요로움을 주시어, 우리가 그분께 희망을 두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풍요로움, 이 은총의 급류가 우리 위에 쏟아지게 하셨습니다.”
ㄷ) 마리아는 우리 공덕에 당신의 공덕을 결합시켜주시어, 당신의 공덕이 늘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하여 은총을 얻게 해주십니다. 마리아께 완전한 신심을 실천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마리아에게서,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 안에서, 마리아를 위해 행하면서 넘치는 은총을 얻습니다. 마리아께서 우리의 행위와 기도를 정화시켜주시고, 하느님 곁에서 효력을 내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그분에게 자기애의 모든 흔적을 정화시켜 주셨고 … 그분을 공로와 덕으로 아름답게 꾸미셨습니다. … 누군가가 하느님께 바치는 것을 결코 당신 것으로 삼지 않으시기에, 그분을 예수 그리스도께 인도하시어 … 예수님이 그분을 받아들이게 하십니다. … 당신이 가장 사랑하시는 어머니의 순수하고 순결한 손을 통해 무엇인가를 받으실 때, 예수님은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시며 … 그 선물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분을 통해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따지지 않으십니다.”8 마리아는 결코 거절당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성 베르나르도는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무엇인가 하느님께 바치고 싶을 때, 가장 기쁘고 가장
합당한 마리아의 손을 통해 바치도록 마음 쓰십시오.”9
3) 성모님께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ㄱ) 마리아가 모든 기도에 들어오시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분은 은총의 보관자이십니다. 또한 그분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받아들이십니다. 그분의 활동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기도가 언제나 마리아 안에서,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를 통해, 마리아에게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마리아는 어머니시므로 그분께 모든 청원을 드려야 합니다.
ㄴ) 마리아께 자녀다운 신뢰를 두어야 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당신 어머니께 자신을 맡기셨고, 필요할 때 그분께 도움을 청한 그 단순함으로 우리도 그분께 갑시다. 당신의 어머니시기에, 예수님은 모든 것을 마리아에게서 받기를 원하십니다. 마리아는 우리 어머니시기도 합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Ecce mater tua.”10 그러므로 우리 또한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서 받아야 합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충만한 신뢰가 있게 마련입니다. 마리아는 모든 것 안에 계시기를 바라십니다! 우리 일상에 들어오시어, 아침에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주시고, 저녁에는 당신 망토로 우리를 덮어주십니다. 우리의 기쁨과 우리의 고통 안에 계시기를 바라십니다. 마리아의 이름이 모든 장소에, 모든 시간에, 우리 입에, 우리 마음속에 있기를 바라십니다. “별을 바라보고, 마리아께 기도하라Respice stellam, voca Mariam.”11
주님은 구세주와 그분의 구원이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지기를12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에게서 우리에게 주어졌고, 또 주어집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는 우리의 ‘목collo’과 같습니다.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13는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목을 통하여 모든 선과 모든 은총이 우리 지체에 전해진다고 했습니다.
성 예로니모도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마치 샘처럼, 머리에 은총이 충만합니다. 마리아 안에는 전달해 주는 통로와 같은 목에 은총이 충만합니다.”
성 보나벤투라14는 “해와 우리 사이에 있는 달이 태양에게서 빛을 받아 어두운 밤에 우리에게 빛을 전달하듯이,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는 주님과 우리 사이에 계시면서 하느님에게서 은총을 받아 당신께 신심을 지닌 이들에게 그 은총을 부어주십니다.”라고 말합니다.
모든 은총의 중개자이신 성모님의 미사에서는 다음의 초대송을 되풀이합니다.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에게 온갖 선을 베풀어주시기를 원하신 구세주 예수님께 어서와 경배드리세.”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기억합시다.” 마리아의 지극히 감미로운 직무는 어려운 모든 임무를 쉽게 만들어줍니다. 마리아를 통하여 풍성한 은총을 얻는 곳에 만족이 넘치는 것은 사랑의 법칙입니다. 마리아께 신심을 지닌 사람은 성인이 되고 구원됩니다.
* CI, 5[1938] 3-4에 게재된 묵상. 2월 2-10일의 대피정 중에 한 강의다. 1940년에는 「늘 기도해야 한다È neccesario pregare sempre」, pp.294-305에 실렸다.
1 루카 1,46.
2 요한 2,3.
3 요한 2,5.
4 시편 16,10 참조.
5 마태 27,63.
6 S. Bernardo, 「대림절 강론Ser. 2, 5」, in SBO, IV, 174.
7 루카 1,28.
8 그리뇽 드 몽포르, 「참된 신심에 대해Trattato della vera devozione」, o. c., 참조.
9 S. Bernardo,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맞이하여Per la Natività della BMV」, 18(sull’ acquedotto), in SBO, V, 288.
10 요한 19,27.
11 S. Bernardo, 「동정녀 어머니께 대한 찬미Lode alla Vergine Madre」, 강론2, n.17, in SBO, IV, 35.
12 원문에는 vennero로 되어있다.
13 Bernardino da Siena(1380-1444)는 프란치스코회 회원으로서, 마리아와 예수님의 이름에 대한 신심을 지닌 위대한 사도요 뛰어난 강론가이다.
14 Bonaventura(1221-1274)는 바뇨레지오Bagnoregio(Viterbo) 출신이다. 파리에서 신학의 대가요, 프란치스코 회의 총대리, 알바노의 주교, 영성 작가, 교회 학자이다.